
60화 서왕모(西王母)
“독탕을 준비 하려면 하루 정도 시간이 필요하니, 돌아가 계시면 연통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그럼 부탁드립니다. 독왕가주님”
“흘흘흘! 부디 성과가 있기를 바랍니다. 흘흘흘!”
그렇게 묘월은 독마의 덕담을 뒤로하고 독왕가주전을 나와 독왕가의 영역에서 벗어났다.
오솔길을 다시 내려오며 귀에 걸려있는 귀걸이를 만지작 거렸다.
“이거 느낌이 좋구나. 아버님이 귀걸이를 하신 것을 보지는 못했는데.. 언제 이런걸 차고 계셨던거지?”
독마는 아버지 묘빈이 찼던 귀걸이라고 했다.
하지만 묘월의 기억에는 귀걸이를 하고있던 아버지의 모습은 떠오르지 않았다.
“젊었을때 하셨을 수도 있겠지!”
아버지의 유품을 몸에 착용하니 아버지의 온기가 느껴지는것 같아 포근해지는 묘월이었다.
그렇게 귀걸이를 만지작 거리며 독왕가의 산에서 내려온 묘월은 환마가가 있는 계곡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환마 송백련이 가주로 있는 환마가는 신교의 남쪽 계곡에 자리잡고 있었다.
양쪽으로 깍아지른듯 절벽이 솟아 있었고 그 사이에 맑은 물이 흐르는 아름다운 곳이었다.
그곳의 절벽에 붉은색의 지붕들로 이루어진 전각들이 들어서 있었는데
피처럼 붉은 지붕의 색이 청아한 계곡 풍경과는 대비되어 섬뜩하지만 신비로운 느낌을 주고 있었다.
환마가는 무인들 보다는 술사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 집단이었다.
가주를 호위하는 호위 무사들을 재외하고 대부분 술사들 이었는데, 귀신과 술법 진법 등 중원 무림이 보았을 때 좌도방문의 집단처럼 보여져 신교를 마교라 불리우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었다.
묘월이 계곡의 입구에 다다르자, 입구를 지키고 있던 술사가 맞이 하였다.
“소교주를 뵙습니다!”
“환마가주를 뵈러 왔네”
“예, 들어가시지요”
묘월이 올 것을 미리 알았다는 듯 술사는 바로 가주전으로 묘월을 안내하였다.
가주전으로 가는 길에 계곡에 흐르는 물을 보았는데 신기하게도 아래에서 위로 거꾸로 흐르고 있었다.
“물이 거꾸로 흐르고 있군요?”
“예, 보기에는 거꾸로 흐르지만 사실은 아래로 흐르고 있는 겁니다. 침입 하려는 적들에게 혼란을 주기위한 눈속임이지요”
“물이 거꾸로 흐르는 것이 적에게 혼란을 줄 수 있나요?”
그때 환마가주가 가주전에서 나오며 묘월에게 말했다.
“마치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되는거죠. 이것이 일종에 암시로 작용해 저희가 보다 쉽게 적에게 환술을 걸 수 있답니다. 호호호!”
“암시라... 환술을 걸기 위한 일종에 밑작업 이군요!”
“호호호! 역시 소교주님은 똑똑하시군요”
“오랜만에 뵙습니다. 환마가주님!”
환마 송백련이 묘월에게 포권하며 정식으로 인사를 건네왔다.
“환마가주 송백련이 소교주를 뵈옵니다!”
묘월도 마주 포권하며 예를 갖추었다.
“어서 들어 가시지요”
환마가 묘월에게 안쪽으로 안내하고 묘월은 따라 들어갔다.
환마가 기거하는 방은 앞쪽으로 폭포가 흐르며 계곡을 내려다보는 곳에 있었다.
전망이 너무 아름다워 환상적인 느낌이 드는 곳이었다.
“풍경이 너무 아름답군요!”
“호호호! 제가 이곳에 공을 많이 들였답니다”
환마는 원래 예순을 넘는 나이로 술법으로만 화경의 무인과 단독으로 대적할 수 있고 대규모 공격 진법이 환마의 비기인데 그를 펼치기 위해 막강한 내공을 쌓아 그로 인해 노화순청을 이뤄내어 보기에는 삼십대 초반의 색기가 넘치고 아름다운 여인으로 보였다.
“여전히 아름다우십니다”
“호호호! 별말씀을, 소교주님도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 훤칠하십니다! 호호호!”
서로 오랜만에 덕담을 주고 받으며 시비가 내어온 차를 마시기 시작했다.
“제 시험을 위한 환상진 구축 때문에 바쁘시지요?”
“호호, 제가 하는게 뭐가 있다고 바쁘겠어요, 아랫것들이 바쁘겠지요”
“원로원주님은 바쁘시다고 하시던데, 직접 지휘하시나 보지요?”
“원주님이 환상진에 대해 잘 아시지 못하지 감독만 하시겠지요. 이번 시험이 꽤나 신경이 많이 쓰이시나 봅니다. 호호호”
“그렇군요. 환상진에 대해 대략적인 이야기만 들었지 자세한건 저도 잘 알지 못합니다. 환마가주님께 직접 설명을 구하러 이리 왔습니다”
“잘하셨습니다. 안그래도 소교주님을 뵙고 설명 드리려던 참이었는데 이리 찾아와 주시니 잘 되었습니다!”
“예, 당연히 제가 먼저 찾아 뵈어야지요!”
환마는 차를 한잔 마시고 환상진에 대해 설명했다.
“환상진은 천산 중턱에 있는 동굴에 설치됩니다. 대대로 그곳에 환상진이 설치되어 역대 교주님들이 시험을 치뤄온 곳입니다. 동굴에 들어가면 진법에 따라 밖으로 절대 나올 수 없게 됩니다. 환상진 내부는 전부 열개의 관문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관문의 순서는 무작위로 바뀌게 되어있어 저도 어떤 관문이 먼저 나올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 말은 관문의 난이도가 거의 비슷 비슷하다는 말로 들립니다”
“호호호,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지요, 난이도도 상황에 따라 달라집니다. 실제 기관에 환술이 더해져서 무기에 상처를 입을 수 있으니 조심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각 가주들이 참가하는 관문이 4개가 있습니다. 가주들의 무공에 환술이 더해지니 본래 무위보다 훨씬 더 강력하게 느껴지실겁니다.”
“네, 알겠습니다. 환마가주님이 관문이 제일 걱정 되는 군요!”
“호호호! 살살할테니 잘 견뎌 보시지요!”
“그럼 살살 잘 부탁드립니다”
“호호호! 노력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오일동안 환상진에서 다치거나, 죽지 않고 견뎌내면 이 시험은 무사히 통과하는 것입니다.”
“죽을수도 있습니까?”
“호호호! 아직 죽었던 사례는 없었습니다. 천마가 되실 분들은 전부 호락호락하지 않았거든요”
“혹, 오일전에 끝난 사례가 있습니까?”
“호호호! 그런 사례는 없었습니다. 본디 시험이 오일을 견디는 것이니 그전에 끝나면 시험의 통과라고 볼 수 없기 때문이지요.”
“잘 알겠습니다. 가주님의 설명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호호! 별말씀을요”
“그럼 저는 시험을 준비하러 돌아가보겠습니다”
“벌써 가시게요? 저는 이제 소교주님과 본격적으로 담소를 나누려 했는데”
“앞으로 이야기 나눌 시간이 넘쳐날겁니다”
“예, 그러시지요! 시험날 뵙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묘월은 환마가주의 배웅을 뒤로하고 환마가의 계곡을 나와 패왕가로 돌아왔다.
“다녀오셨어요? 주인님!”
아름다운 얼굴로 미소 지으며 묘월을 반기는 일랑을 쓰다듬어 주었다.
“그래, 청룡 어르신과 마금원 형님은 어디 계시느냐?”
“각자 방에 계세요. 불러 드릴까요?”
“그래, 오래간만에 모여서 술이나 한잔 하자꾸나”
“우왓! 정말요? 얼른 모셔 올게요!”
일랑이 신나서 방으로 달려 갔다.
묘월은 시종에게 말해 술상을 내오게 하였다.
곧이어 묘월의 방으로 청룡과 마금원이 들어왔다.
“크흡! 아우님 독마와 환마를 보러 간다더니 잘 다녀온건가?”
“예, 잘 다녀 왔습니다. 그리고 내일부터 이틀간 독왕가에서 수련을 좀 하고 나올것 같습니다”
청룡이 그 이야기를 듣고 물었다.
“수련? 어떤 수련?”
“독왕가주님이 수련하실 때 사용하는 독탕에 들어가 이틀 동안 수련할 것입니다. 일종에 독에 대한 내성을 키우는 것이지요. 환상진의 독왕가주님이 나오시는 관문을 견딜때 도움이 될겁니다.”
“흠...소교주는 내 내단을 취해 살아났다고 하지 않았나?”
“예, 어르신. 어르신의 내단이 아니었으면 저는 죽었을겁니다. 일랑을 만나지도 못했구요.”
“아직 내 내단의 기운이 남아 있다면 이번 수련과 독왕가주의 관문에서 만독지체가 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
“예? 정말입니까? 어째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건지요?”
“나는 원래 이무기 이전에 독사였네. 그것도 독성이 아주 강한 극독을 지닌 독사. 남만의 독물들이 가득한 곳에서 왕 노릇을 할 정도였네.”
“헛..그럴수가...어르신의 내단은 지극히 맑고 정순한 기운이었습니다. 어떻게 그런..”
“독이 극에 다다르면 약이 되는 법일세. 나는 독으로 극을 이뤄 이무기가 되었지. 이무기가 되니 주변의 모든 독을 빨아들여 해독하고 그것을 영기로 만들어 버리는 청사가 되었다네.”
“극에 다다르면 독을 해독한다...”
묘월은 독에 대한 또다른 사실을 청룡에게 알아 충격을 받았다.
“나때문에 남만의 독물들이 전부 죽어버렸지. 해서 나는 그곳을 떠나 정처없이 떠돌게 되었네. 그러다가 청착한 곳이 기괴진이었네.”
“크흐흡! 맞어! 어느날 갑자기 나타났지 네놈이. 크흐흡!”
마금원이 옛날 청룡의 출현을 기억하며 말했다.
“맞다. 그때였지. 기괴진은 독보다는 마기로 가득찬 곳이고 외부와 단절되어 내가 영기를 쌓기에 딱 좋은 장소였다. 그곳의 구석진 곳에 자리잡고 나는 술법을 연구하며 용이 되기위해 수련했지. 그 뒤는 마계에서 네가 아는 내용 그대로다”
“크흡! 독사였다니. 거참 의외로군 그래”
“맞아요! 어르신이 독사였다니!”
일랑까지 새로운 사실에 놀라워 했다.
그러자 묘월이 물었다.
“어르신 그럼 제 몸에 녹아있는 어르신의 기운이 독에 반응 할 수 있다는 말씀입니까?”
“그렇지. 분명 반응할 것이다. 그리고 적응할 것이다. 그것도 빠르게”
“그럼 제가 뭘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이리 와보거라. 그것을 위한 술법을 걸어 주마”
묘월은 청룡이 이끄는데로 몸을 맡겼다.
청룡은 묘월의 머리에 손을 얹고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웅웅웅웅!
묘월의 몸에서 푸른 빛이 일렁거리기 시작했다.
청룡이 주문을 계속 외우자 그 푸른 빛은 서서히 묘월의 몸을 회오리 처럼 돌며 알 수 없는 문자의 형태로 변했다.
그렇게 한참을 묘월의 몸 주변을 돌자 묘월의 몸이 점점 떠오르기 시작했다.
웅웅웅웅!
청룡의 주문이 극에 다다르자 푸른 기운들이 빠르게 소용돌이 치며 묘월의 백회혈로 모여들었다.
슈아아아악! 번쩍!
모든 기운이 갈무리 되고, 묘월의 눈이 안광을 번뜩이며 떠졌다.
“후우우우우”
긴 호흡을 내뱉으며 몸을 관조한 묘월이 청룡에게 말했다.
“무언가 더 맑아진 느낌이 듭니다!”
“이제 술법을 걸어 놓았으니 독에 대해 네몸이 알아서 반응할 것이다. 너의 지금 몸은 내가 청사 일때와 거의 비슷하다고 보면 될것이다”
“감사합니다! 어르신!”
그렇게 독에 대한 조치가 끝나고 유심히 묘월을 보던 청룡이 물었다.
“그 귀걸이는 뭔가?”
“청심환입니다. 이번에 독마 어르신을 뵈었는데, 아버지의 유품이라고 전해 주셨습니다. 머리를 맑게 해주는 효능이 있다고 하더군요. 실제로도 그렇구요”
“흠...어디 한번 볼수 있나?”
“왜 그러십니까? 이 물건에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겁니까?”
“일단 한번 줘 보게”
묘월이 귀걸이를 풀어 청룡에게 건네자 청룡이 귀걸이를 이리저리 돌려 보며 유심히 보았다.
“이건.. 선계의 물건인데.. 어떻게 이곳에 존재하는거지?”
“선계의 물건이라뇨?”
“이건 서왕모의 귀걸이다”
“크흐흡! 서왕모!! 그 망할 할망구!!”
마금원이 기겁하며 뒤로 물러났다.
“서왕모가 누군가요?”
묘월이 묻자 청룡이 말했다.
“선계의 수장이자 선도(仙桃)를 지키는 신선이지”
“크흐흡! 그 할망구 무섭다! 엄청 강하다! 크흐흡!”
마금원도 잘 아는지 치를 떨었다.
“크흡! 내가 이곳에 쫒겨난것도 다 그 할망구 때문이다! 크흡!”
“신선의 귀걸이라니.. 그럼 이게 단순히 머리만 맑게 해주는 효능만 있는 걸까요?”
“흠...나도 자세히는 모르지만 그렇진 않을 것이다. 이건 그렇게 단순한 물건이 아니야. 헌데 어떻게 신선의 물건이 이곳에 있었을까? 신물은 애초에 이곳에 존재할 수가 없는데..”
“그래서 세상은 알수 없는것 투성이 아니겠습니까? 이것이 범상치 않은 물건인것을 알았으니 언젠가 저에게 도움이 되겠지요. 더군다나 아버지가 제게 남기신 물건이니 더 그렇구요”
“아마 그럴것이다. 소교주에게 도움이 되면 되었지 해가 되진 않을것이야.”
마금원이 서왕모를 알고 있는 것도 그렇고 청룡이 독사였다는 사실과 귀걸이 까지 이어지는 운명이 묘월에게 심상치 않게 느껴지는 순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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